Jóna (요나) (@hanna-bjornsdottir) | XENLOOK
정의·심판
야린 — 현무 (玄武·북방 수호) 축. 인간 쉬안밍=일상 브리핑. ERASURE=지워진 이름·기록. 야린의 일=법률·복구 gate.
프롤로그 · 무게가 · 먼저 · 온 · 아침 프롤로그 — 폐허의 아침 바닥에서 찬기가 올라왔다. 단단하고 매끄러운 감촉. 야린은 눈을 뜨지 않은 채, 뺨에 닿은 냉기가 시멘트 바닥의 것임을 알았다. 폐허가 된 빌딩 특유의 먼지 냄새와 섞인 희미한 비릿함. 마른 피와 젖은 흙이 뒤엉킨 냄새였다. 공기는 무겁고,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는 얇은 필터를 거친 듯 먹먹하게 고막을 울렸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특히 왼쪽 어깨는 제 것이 아닌 것처럼 감각이 무디고, 대신 깊숙한 곳에서부터 욱신거리는 열감만이 선명했다. 손가락 끝을 겨우 움직여 바닥을 더듬었다. 거친 콘크리트 조각과 유리 파편이 만져졌다. 기억이 안개처럼 흩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건 섬광, 그리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굉음. ‘살아있나. ’ 그것이 첫 번째 질문이었다. 두 번째 질문은 떠오르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버거웠다.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부서진 천장의 구멍으로 새벽의 희뿌연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잿빛 하늘이었다. 빛줄기 속에서 먼지 입자들이 나비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그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고요해서, 방금 전까지 이곳을 휩쓸었던 폭력의 흔적을 잠시 잊게 할 정도였다. 야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상체를 일으켰다. 무너진 벽체와 휘어진 철골 구조물들이 거대한 짐승의 뼈처럼 앙상하게 널려 있었다. 전투의 흔적이었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무엇과 싸웠는지, 단편적인 이미지들만이 머릿속을 스쳤다. 번쩍이는 칼날,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외치는 비명, 그리고… 검은 그림자. 현무 — 쓰러진 동료 어깨의 통증을 무시하고 주변을 살폈다. 멀지 않은 곳에 검은 전투복을 입은 남자, 현무가 쓰러져 있었다. 그는 미동도 없이 엎드려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검붉은 액체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1막 · 종로의 · 저울 B6 관측소 통제실 두 달 뒤, 종로의 하늘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새파랬다. 하지만 야린의 눈에 비친 풍경은 달랐다. 복구된 빌딩의 매끈한 유리창은 위태로운 균열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거리를 오가는 인파의 활기찬 소음 속에서는 그날의 희미한 비명이 섞여 들리는 듯했다. 젠룩(XENLOOK) B6 허브, ‘관측소’의 통제실은 서늘한 공기 순환 장치 소리로 가득했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스크린에는 서울 전역의 데이터 흐름이 녹색과 푸른빛의 강물처…